번뇌를 꺾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– 성철스님의 백일법문 56일차에서 배우는 자기를 이기는 수행의 지혜
“수행을 해도 왜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?”, “어떤 마음으로 ‘도를 닦는다’는 걸까?”
이 질문은 불교를 처음 접한 분들뿐 아니라 오랫동안 불교에 친숙한 분들도 자주 갖는 근본적인 고민입니다.
성철스님의 「백일법문」 56일차는 이 질문에 대한 중요한 자각을 안겨주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.
불자든 아니든, 많은 사람들이 ‘마음을 다스리고 싶다’는 열망을 가지고 있지요. 그런데 수행의 궁극적인 목표를 단순히 ‘번뇌를 없애는 것’으로 오해하면, 우리는 오히려 더 큰 괴로움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. 성철스님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‘번뇌’와 ‘수행’에 대해 놀라운 통찰을 제시합니다.
이 글에서는 성철스님의 56일차 법문을 통해 “자신의 번뇌를 다스리는 진짜 방법”과 “도를 닦는 자의 올바른 마음가짐”에 대해 알아보고,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실제적인 방안을 안내해드립니다.
‘존재를 없앤다’는 착각이 부르는 수행의 함정
많은 사람들이 ‘번뇌를 없애야 진짜 수행자’라고 생각합니다. 그래서 번뇌가 일어날 때마다 “아직 부족하구나”, “참선이 잘 안 돼” 하고 자책하게 되죠.
성철스님은 이런 자세 자체가 이미 ‘잘못된 수행’이라고 지적합니다.
“도를 닦는다면서 자기가 없어져야 된다고 한다. 자기를 없앤다는 말은 얼른 들으면 옳은 말 같지만, 사실은 잘못된 과거 도인들의 설법을 본떠 그대로 외우는 것이다.”
스님께서는 “자기 존재를 없애야 한다”는 생각은 무아(無我)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. 결국 자신을 없애려는 집착이 오히려 더 강한 ‘작위(作爲)’로서, 이것 자체가 더 큰 괴로움을 만든다는 것이죠.
진짜 수행은 ‘자기 없는 상태’가 아니라 ‘무심히 늘 깨어있는 것’
스님은 ‘자기’란 것을 없애거나 억제하려 하지 말고, 번뇌가 있되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‘무심(無心)’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.
“도를 닦는다 하는 사람은, 이 몸뚱이를 말짱 잊어버려야 된다. 잊는다는 말은 없는 게 아니라, 있을 대로 있어서 있는 줄도 모르는 경지.”
즉, 번뇌를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, ‘있는 그대로 있으되 붙잡지 않는 것’. 이것이 바로 ‘진정한 무심 수행’입니다.
불교 수행의 핵심은 욕망이나 생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, 그 흐름을 붙잡지 않고 흘려보낼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기르는 데 있습니다.
수행 중에 생기는 ‘기특함’조차 놓아야 할 대상
많은 수행자들이 참선을 하다 보면 좋은 느낌이나 몰입이 생기면서 스스로에게 “이제 수행이 잘 되는구나” 하는 감정이 솟아오릅니다.
성철스님은 바로 이 ‘기특한 마음’조차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합니다.
“참선 초기에는 묵묵히 앉아 있으면 기특한 마음이 생긴다. 그건 빨리 놓아야 한다. 돈 잘 번 기쁨과 별 다를 바 없다. 그래선 안 된다.”
스님에 따르면, 이런 느낌은 결국 자기를 드러내는 또 다른 ‘교만’이며, 수행을 진전시키는 데 방해가 될 뿐이라는 겁니다.
번뇌 속에서 깨달음은 자란다 – 일상을 수행의 장으로
"왜 이렇게 번뇌가 많지?"라는 생각은 ‘깨끗한 마음’에 대한 강박일 수 있습니다.
그러나 성철스님은 번뇌가 바로 깨달음의 바탕이며, 도리어 그 안에서 진리를 발견해야 한다고 하십니다.
비유하면, 어두운 밤이 있어야 별빛이 선명하게 보이듯, 번뇌와 욕망이 있어야 ‘진정한 자기관찰’이 시작됩니다.
스님의 말씀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:
- 번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려야 한다.
- 자신을 없애려 하지 말고, ‘있는 줄도 모를 만큼 고요하게 내버려 두라’.
- 수행이 잘된다는 생각조차 깨야 한다.
실천 팁 | 무심한 마음을 기르는 세 가지 훈련
-
5분 무심 지켜보기
하루 한 번, 앉아서 아무런 판단 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바라만 보세요. ‘좋다’, ‘나쁘다’ 평가하지 말고 그냥 ‘지켜보기’만 합니다. -
좋은 느낌에도 집착하지 않기
수행 후 평온한 느낌이 들어도, “내가 잘하고 있구나”가 아니라 “이 느낌도 그냥 스쳐가는 거구나”라고 느껴보세요. -
불쑥 솟는 감정에 ‘잠깐 바라봄’ 연습하기
짜증, 두려움, 기쁨이 다가올 때 즉시 반응하지 말고, 3초간 ‘일어남’을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.
정리 요약 | 성철스님의 56일차 법문 핵심은 ‘붙잡지 않는 마음’이다
- 자기 존재를 없애려는 수행은 잘못된 방향
- 수행은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, ‘자기에 얽매이지 않는 것’
- 번뇌는 잘못된 게 아니라, 깨달음을 위한 길
- 참선 중 생기는 기쁜 마음, 기특함조차 ‘집착’임을 인식
- 무심(無心)의 마음을 일상 속에서 훈련하라
당신이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시작
불교는 결국 “자기를 아는 길”입니다.
성철스님의 56일차 법문은 단지 스님의 깨달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, 우리 삶 속에서 마음공부를 어떻게 시작할지를 보여줍니다.
오늘 하루 동안 번뇌가 올 때 그저 바라만 보는 실천을 해보세요. 없애려 하지 마세요. ‘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흘려보내는 것’. 그것이 곧 수행이 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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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처님의 가르침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.
자잘한 번뇌도, 참선 중의 흔들림도, 그 안에 바로 진리가 있습니다.
지금 여기에서 ‘있는 그대로’ 본다면, 그것이 깨달음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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